상권탐방

명동… ‘명품 명동’ 아듀!… ‘박리다매’ 탈바꿈
  • 자료출처 : 상가114
  • 날짜 : 2007-06-09
  • 조회수 : 7260

《8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 찻길을 가로막은 채 중앙로 쪽으로 이동하는 수백 m에 이르는 리어카 행렬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리어카는 신발부터 분식 재료까지 다양한 상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 상인은 “고객이 많이 몰리는 저녁에 맞춰 매일같이 반복되는 풍경”이라며 “6, 7년 전부터 노점이 부쩍 많아져 지금은 명동에만 200개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114의 유영상 소장은 “명품 의류, 화장품 상점 등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명동 상권은 노점 등 중저가 위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 10, 20대 젊은 층이 주고객

“외환위기 이후 명동 상권이 쇠퇴하면서 이곳 중앙로에 있던 고급 대기업 브랜드의 60%가 문을 닫았어요.”

명동 중앙로 LG패션 명동프라자의 한성희 대표는 “당시 상점들이 명동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의 현재 임대료는 80평 기준으로 월세만 3000만∼4000만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명동 상권이 쇠락한 이유에 대해 높은 임대료 외에 강남과 같은 고급 주거지가 배후에 없다는 점을 든다. 명동은 을지로 종로 등 핵심 비즈니스 구역의 한가운데 있어 주변에 아파트가 거의 없다.

그나마 신세계백화점 본점 근처에 쌍용플래티넘, SK리더스뷰 등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상권에 영향을 줄 정도는 못 된다. 반면 강남 상권은 분당까지 아우르는 고급 주거지역을 끼고 있어 소비자들이 한 번 물건을 살 때 평균적으로 쓰는 돈도 명동보다 많은 이점이 있다.

비싼 명품 가게가 강남으로 떠나자 주머니가 가벼운 10, 20대 젊은 층이 명동을 채우기 시작했다. 유통업체인 GS리테일 GS25 사업부에 따르면 명동 일대 편의점들의 소비자 1인당 평균 소비액은 2002년 3000원에서 올해 2700원으로 떨어졌다. 편의점만 놓고 볼 때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10% 이상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 싸게, 그리고 새롭게

그러나 상권의 수준은 고급 브랜드가 얼마나 되느냐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다.

GS리테일 조도제 차장은 “중저가 상품이라도 유동인구가 많다면 시장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리다매’식으로 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많이 확보해 어떻게 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명동프라자 한성희 대표는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매장 분위기를 밝게 꾸미고 원색 계열에 체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상품으로 승부하자 매출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S라인’ 몸매가 젊은 층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매장 구성도 이에 맞춘 것이다.

옷뿐만이 아니다.

여러 개의 브랜드 운동화를 모아 할인가로 파는 ABC마트의 정전복 부점장은 “금방 싫증을 내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게릴라 세일’로 조금이라도 오래 머문 상품은 빨리 털어 내고 신상품을 꾸준히 업데이트한다”고 말했다. 빠른 박자의 경쾌한 음악으로 매장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하나의 전략.

GS리테일 조 차장은 “남대문 방향 진입로에 연면적 2만2000평, 21층 규모의 서울중앙우체국 건물(포스트 타워)이 8월 준공되면 업무용 시설이 대거 들어올 것”이라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건물 주변에 음식점, 편의점 등을 창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기사는 동아일보 '상권탐방'코너에 상가114유영상소장이 동행하여 취재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