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탐방

경희대 상권
  • 자료출처 : 상가114
  • 날짜 : 2006-01-26
  • 조회수 : 8554

파전과 피자, 당구장과 보드게임방이 공존하는 문화공감대

중랑천을 따라 의정부에 이르는 국철이 회기역에 도착하면 수많은 인파가 쏟아진다. 외지로 향하는 직장인과 통학생은 물론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로 유입되는 대학생들로 연일 만원사례다. 단일 驛舍로는 이용객수가 손꼽힐 정도로 회기역의 위세는 실로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망우로와 이문로로 향하는 출구가 2개에 불과하고 수원과 인천을 향하는 국철구간이면서 3호선 환승역인 옥수역, 2,5호선 왕십리역을 관통하는 용산행 국철의 종착역이기 때문에 집심성(集心性)이 뛰어나다.

경희대상권은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전형적인 대학가 상권이다. 회기동은 조선조 연산군이 폐비 윤씨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슬픈 사연을 간직한 묘’라는 봉분을  ‘회릉’이라 칭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경기도 고양군 회기리로 편입되었다가 1943년 동대문구 회기동으로 재편되었을 만큼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55년 회기동 산1번지에 경희대학교가 설립되면서 상가가 들어서고 70년대 복개공사와 함께 회기역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상권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상권의 범위가 크지 않지만 지형적인 형세와 교통체계, 주거생활권이 어우러지면서 독자적인 상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시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주거환경이나 상업시설이 낙후되어 있는 편이지만 업종구성이 다양하고 점포수가 비교적 많아 외지인의 유입이 많은 편에 속한다. 청량리라는 부심이 인접하여 있지만 역세권의 혼잡이 상대적으로 경희대상권을 선호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경희대학교와 회기역까지의 거리는 1㎞이내에 불과한 지역이지만 파전과 피자, 당구장과 보드게임방이  병존하는 세대간 문화의 공감대(共感帶)이기도 하다. 다양한 업종이 분포되어  있고, 임대료가 타 대학상권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에서 초보창업자가 선호하는 상권이기도 하다.

경희대생과 경희의료원, 카이스트와 국방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종사자를 포함하면 1일 이용인구가 족히 5만여명이 넘는다. 비록 건대나 이대와 같이 메이저급 상권에 미치지 못하지만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배후기반이 튼튼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유행에 민감한 감성세대를 자극할 수 있는 아이템 주목


경희대상권은 크게 2개 구역으로 구분된다. 경희대정문에서부터 경희대삼거리에 이르는 경희대길상권과 회기역에 이르는 회기로상권을 말하는데, 경희대학교 정문입구에서 경희대삼거리까지 250M에 이르는 대로변과 이면도로에 형성된 상권을 경희대길상권이라 한다. 버거킹, KFC와 같은 패스트푸드점과 함께 편의점, 문구/팬시점, 테이크아웃커피, 아이스크림, 주얼리전문점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호프, 주점, PC방, 보드게임방, 스파게티전문점 등도 성업중이다. 경희의료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과일전문점이나 죽전문점, 수퍼, 초밥전문점, 한식점, 레스토랑 등도 성업중이다. 1급지 상권에 속하며 임대료가 평당 2,000만원이 넘고 권리금도 평당 1천만원을 족히 넘는다.




20대 뿐만 아니라 평일 오후시간대와 주말저녁에는 10대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인도폭이 좁고 노점상이 들어서 있어 다소 혼잡한 양상을 보이지만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 상권의 연계성이 매우 높다. 경희대 정문을 기준으로 우측에 위치한 경희대 1길과 2길은 레스토랑이나 퓨전요리, 세계맥주전문점 등 서구화된 업종이 강세를 보인반면 좌측 3길에서 6길은 분식, 토속주점, 숯불구이, 곱창전문점 등 전통형 업종이 밀집되어 있다.

대학가상권의 먹거리는 돈육(豚肉)과 계육(鷄肉)이 주도하는데, 경희대상권의 경우에는 닭요리전문점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격부담이 덜하고 열량이 높아 배고품을 달래기에 그만이고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춘천닭갈비를 비롯하여 ‘불타는 닭갈비’, ‘홍초불닭’ 등 닭요리전문점뿐만 아니라 치킨호프, 배달치킨 등 얼핏보아도 닭소비의 요람으로 불릴만하다. 하지만 최근 조류독감으로 인해 매출이 절반이상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예 문을 닫아버린 점포가 있을 정도로 조류독감의 여파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경희대는 여학생비율이 60%에 이르기 때문에 미용실과 피부관리숍, 분식점, 커피숍, 주얼리전문점, 화장품전문점, 속옷전문점 등 등 전형적으로 여성을 겨냥한 업종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동인구의 통행방향을 제대로 읽어야 성공가능성 높아

경희대삼거리에서 회기역 방면으로 약500미터에 이르는 상권을 회기로상권이라 부르는데  주로 의류, 신발, 악세사리 등, 패션관련 점포가 대부분이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주점, 호프, 노래방, 식당 등이 자리잡고 있다. 2급지 상권으로서 권리금은 평당 500?800만원 선이며 평당 임대료 역시 1,000만원 정도로 경희대길상권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현대식 건물이 아닌 구옥(舊屋)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설투자부담이 있는 신규창업보다는 기존 점포의 인수가 공공연하며 크로네과자점과 미용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가 5평 남짓한 소형점포여서 거리 자체가 다소 워둡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보세의류점, 신발전문점, 남성복전문점, 14K전문점, 미용실, 양말전문점, 모자전문점, 족발집, 파전집, 분식점, 제과점 등 다양한 업종이 특정한 세력을 갖지 못한 채 형성되어 있다.



고객 연령층은 대체로 20대이며 통행방향이 회기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우측에 집중되어 있다. 경희대로 향하는 지름길과 연결되어 있고 패션관련 점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쇼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결국 소매관련 업종이라면 오른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휴게업종이나 미용실 등 규모가 크고 전면노출이 필요한 업종이라면 왼편 상가도 고려해 볼만하다.

회기역에서 정문까지의 거리가 800여M에 이르기 때문에 도보로 10여분정도 소요된다. 유동이 빠른 편이어서 의류, 악세서리, 신발, 향수, 안경전문점 등 패션관련 소매업종이나 테이크아웃커피, 김밥전문점, 샌드위치전문점 등 회전률이 빠른 소매형 외식업종이 다수 분포되어 있지만 내점률은 경희대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대신 2층 이상이나 이면도로에 중대형 평형을 필요로 하는 휴게업종이나 주점, 호프점, PC게임방 등이 의외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통학거리가 길기 때문에 지름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요 동선에 따라서 업종간 매출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특히 LG25시로부터  정문에 이르는 경희대 3길은 지름길로 이용하는 주된 동선인데, 부대찌게전문점, 왕돈까스전문점, 해물구이전문점, 닭갈비전문점, 곱창구이점, 즉석떡볶이전문점, DVD방, 꼬치구이주점 등 중저가 아이템을 선호하는 실속파 고객의 집산지로 인기가 높다.

대학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야 성공가능성 있어...

대학가의 주 고객층은 구매단위가 그리 크지 않지만 소비력은 왕성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가 호황일 경우에는 물론이고 요즘처럼 불황일 경우에도 커다란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연대와 이대, 건대를 제외하고는 상권의 확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 풍치지구로 묶여있고 이미 협소한 상가를 배후로 중대형 주거단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확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대학가상권은 유행에 민감하다는 단점도 있다. 감성지수가 높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덜한 편인데다 외지인의 비율이 점차 높아져 업종수명이 타 상권에 비해 짧다. 신업종의 테스트마켓으로 대학상권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말장사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고객의 소비성향 변화에 민감한 사업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희대상권 역시 요즘 대학가상권이 겪고 있는 트랜드문화에 속에 있지만 오피스인구와 상주인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 고객층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희대상권을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다.

경희대 상권은 분명 살아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엄연히 상권의 힘이 구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늘을 거스리면 반드시 큰 재앙이 따르듯 상권의 특성을 무시한 무모한 창업은 자칫 큰 화를 부를게 뻔하다. 이런 연유로 회기로상권에는 5평 정도의 실리형 창업을 경희대길상권은 가급적 10평 이상의 가맹점사업을 권한다.

경희대상권은 상권의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매물이 많지 않아 창업의 기회는 의외로 적다.  만약 기회가 찾아온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대학과 전철역이 양축을 이루고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그야말로 최적의 상권이기 때문이다. 동절기와 하절기가 비수기인 장애물도 이곳에서는 별로 통하질 않는다.



다만 경쟁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비록 1일 유동인구가 5만 이상을 헤아리지만 동종업종끼리의 경쟁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덧붙이자면 회기로상권은 상대적으로 집객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계약 시 평당 임대료나 권리금수준을 면밀히 비교해 보아야 한다. 인접점포의 영업상태도 꼼꼼히 챙겨 보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업종을 선택했다 할지라도 이웃점포가 죽어 있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매우 높다. 잘되는 점포 옆에는 더불어 잘되는 경우가 매우 높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다.

배후 주거지역의 재개발로 인해 회기역사거리를 중심으로 외국어대까지 상업지구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대학가상권과 주거형상권이 묶이면서 面的 확산의 조짐도 엿보인다. 심지어 외국어대와 동일상권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상업시설 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의 입점으로 상권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대학가는 밤낮이 없다고 한다. 생활자체가 일정한 규칙이 없는 편이어서 야간 활동반경이 크다. 체력적으로도 타 연령층에 비해 부담이 없고 동료간의 유대가 강하여 호프점이나 주점, 선술집은 시끌벅적하다. 게다가 부모의 통제권에서 벗어난 상태이고 주거지와 학교간의 거리가 짧아 야간활동에 대한 부담도 적다. 토속주점, 호프점, 노래방, 편의점, PC게임방이라면 무난하고 보쌈이나 족발, 치킨과 같은 야식배달업도 주목할만하다.

20대 여성비율이 높아 충동구매나 이성을 위한 선심성소비가 늘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얼리전문점, 팬시전문점, 속옷전문점, 악세서리전문점 등의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보드게임방, 디자인용품전문점, 향수전문점, 캔들숍, 허브전문점 등 신세대의 감성지수를 자극하는 이색업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이들 업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충분한 시장조사가 이루어진 후에 창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얼마 전 만해도 와인삼겹살전문점이 대학가의 최고 인기업종으로 자리를 잡는가 했지만 1년여 사이에 절반가까이 철수하는 경향을 보면 신세대의 입맛이나 취향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를 새삼 짐작케 한다.


상가114 투자전략 연구소
소장 유 영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