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69%로 동결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이 올해 시세 변동만 반영해 산정된다. 정부가 공시가격 산정 때 쓰는 현실화율(시세 반영 비율)을 올해와 같은 69%(아파트 기준)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2020년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해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자 현실화율을 동결하는 임시방편을 내놓은 것이다. 이로써 2023년 부동산 공시부터 3년 연속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 현실화율을 적용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이런 내용의 ‘2025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 부과를 포함해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개 분야에서 활용되는 지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 고통만 가중시킨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로드맵은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로 맞추는 내용이다. 하지만 2020~2021년 전국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현실화율까지 오르면서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집값이 내렸는데도 현실화율이 오르면서 세금은 더 늘고,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비싼 ‘역전 현상’까지 생겼다.
현실화율 동결로 올해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보유세 부담은 지역별 온도 차이가 클 전망이다. 올 들어 집값이 내린 비수도권 지역과 수도권 외곽의 중저가 주택 보유자는 내년 보유세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아파트 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선 보유세가 올해의 20%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내년 보유세가 628만6000원으로 올해보다 19.2%(101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